기말고사 기간만 되면 이상하게 여행 사진첩을 뒤적이게 돼. 특히 작년 봄에 다녀온 서유럽 9박 10일. 지금 생각해도 이걸 어떻게 해냈나 싶을 정도로 빡센 일정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기억에 더 강렬하게 남아있어. 스물아홉, 대학생 신분으로 떠난 마지막 발악 같은 여행이랄까.
솔직히 말해서, 9박 10일 만에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3개국을 돈다는 건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워. 자유여행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동선이지. 그래서 고민 끝에 패키지를 선택했는데, 이건 정말 신의 한 수였어. 시간은 없는데 유럽은 처음이라 뭘 봐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그냥 고민 말고 이런 패키지를 알아보는 게 정답이야. 내가 다녀온 상품은 로마부터 파리까지, 서유럽의 하이라이트만 쏙쏙 뽑아놓은 알찬 구성이었어.
내 여행 후기는 예쁜 사진과 감성적인 말로 포장된 그런 종류는 아닐 거야. 대신 29년 인생, 나름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 그리고 이건 진짜 꿀팁이다 싶은 것들까지 아주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려고 해. 내 돈 내고 다녀온 팩트 폭격 후기, 지금 시작할게.
- 이탈리아
첫 여행지는 이탈리아였어. 로마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눅눅하고 더운 공기,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의 향연. 아, 내가 정말 유럽에 왔구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어. 패키지의 가장 큰 장점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나를 기다리는 버스가 있다는 거.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바로 버스에 몸을 싣고 로마 시내로 향했어.
로마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 같았어. 교과서에서 수백 번은 봤을 콜로세움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을 때의 그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 그냥 ‘와, 미쳤다’ 이 말만 계속 반복했던 것 같아.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꼈지. 포로 로마노의 폐허를 거닐면서는 2000년 전 로마인들의 삶을 상상해 보기도 했어. 물론 상상력의 한계는 금방 찾아왔지만.
바티칸 시국은 또 다른 충격이었어. 성 베드로 대성당의 규모와 화려함은 종교가 없는 나조차도 숙연하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려고 시스티나 성당에서 목이 꺾여라 천장을 올려다보던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솔직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감상하긴 힘들었지만, 그 공간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기분이었어. 여기서 팩트 하나, 자유여행으로 왔으면 이 인파를 뚫고 표를 구하는 것부터 전쟁이었을 거야. 패키지는 그냥 하이패스. 시간과 체력을 아꼈다는 점에서 정말 만족스러웠어.
남부로 내려가서는 폼페이를 만났어. 화산재에 묻혀버린 도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그곳의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사람 모양 그대로 굳어버린 석고상들을 보면서는 마음이 아팠어. 찬란했던 로마의 유적과는 전혀 다른,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었지. 날씨가 정말 더웠는데, 봄이라 이 정도지 한여름에 왔으면 아마 탈진했을 거야.
폼페이의 무거움을 뒤로하고 도착한 소렌토와 나폴리는 그야말로 지중해의 낭만 그 자체였어. 절벽 위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마을과 눈부시게 파란 바다.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노래가 왜 나왔는지 바로 이해가 됐지. 나폴리에서는 인생 피자를 만났어. 화덕에서 갓 구워낸 마르게리타 피자는 정말… 한국에서 먹던 피자는 그냥 빵이었다는 걸 깨달았어. 1일 1젤라또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의 행복을 책임져 준 일등공신이야. 이렇게 이탈리아에서의 며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어. 매일 2만 보 이상 걸었고, 버스에서는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지만, 매 순간이 감동의 연속이었어.
- 스위스
이탈리아의 활기차고 정신없는 분위기에서 스위스로 넘어오니 세상이 바뀐 것 같았어. 모든 것이 깨끗하고, 조용하고, 질서정연했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부터가 달랐어.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언덕과 그림 같은 집들. 그냥 버스 창밖만 봐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어.
루체른에 도착해서는 카펠교를 걸었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라는데, 불에 타서 복원된 흔적들이 오히려 더 멋스럽게 느껴졌어. 백조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호수를 보며 잠시 여유를 즐겼지. 하지만 스위스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어. 바로 알프스 산맥.

우리는 리기산과 융프라우, 두 개의 산을 올랐어. 산악열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게 정말 신기했어. 푸른 초원이 어느새 하얀 눈밭으로 바뀌고, 창밖으로는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지.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 눈앞에 펼쳐진 알프스의 파노라마는 내가 평생 본 그 어떤 풍경보다 압도적이었어. 발아래로는 구름이 떠다니고, 저 멀리로는 뾰족한 설산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지. 추위도 잊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풍경을 눈에 담았어.
여기서 또 팩트 폭격. 스위스 물가, 정말 상상을 초월해. 그냥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 하나가 2만 원 가까이하니까 말 다 했지. 만약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매 끼니를 뭘 먹어야 할지 엄청나게 스트레스받았을 거야. 하지만 패키지 덕분에 우리는 정해진 레스토랑에서 스위스 전통 음식인 퐁듀도 맛보고, 큰 지출 없이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 이런 게 바로 패키지의 순기능 아니겠어? 비싼 물가 걱정 없이 오롯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인터라켄의 작은 마을에서 보낸 하룻밤도 기억에 남아.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예쁜 집들 사이를 산책하고, 쿱(Coop) 마트에서 저렴한 와인과 초콜릿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어. 고된 일정이었지만, 스위스의 대자연은 그 모든 피로를 잊게 할 만큼 위대하고 아름다웠어. 정말 평생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 받은 기분이야.
- 프랑스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낭만의 도시, 파리였어. 스위스의 대자연에서 프랑스의 예술과 문화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느낌이었지. 고속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데, 창밖 풍경이 또다시 바뀌는 게 신기했어.
파리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건 베르사유 궁전이었어. ‘거울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에 입이 떡 벌어졌어. ‘와, 인간이 이 정도로 화려하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솔직히 너무 과해서 약간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어. 끝도 없이 펼쳐진 정원을 보면서는 루이 14세의 절대 권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
파리 시내로 들어와서는 그야말로 꿈꾸던 파리의 모습들을 하나씩 마주했어. 개선문에 올라 샹젤리제 거리를 내려다보고, 몽마르뜨 언덕에 앉아 파리 시내를 감상했지.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파는 언덕의 분위기는 정말 낭만적이었어. 사크레쾨르 성당의 하얀 돔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루브르 박물관은… 정말 전쟁터가 따로 없었어. 모나리자 앞은 발 디딜 틈도 없었고, 다들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필사적이었지. 나도 그 인파에 휩쓸려 겨우 모나리자의 희미한 미소를 눈에 담고 나왔어. 여기서 팁 하나 주자면, 루브르 같은 거대 박물관은 모든 걸 다 보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해. 내가 꼭 보고 싶은 작품 몇 개만 정해서 동선을 짜는 게 현명해. 안 그러면 길 잃고 체력만 방전되기 십상이야.
저녁에는 세느강 유람선을 탔어. 강바람을 맞으며 반짝이는 에펠탑을 바라보던 그 순간, 아, 이게 바로 파리구나 싶었어. 매 정각마다 하얀 조명으로 반짝이는 ‘화이트 에펠’은 정말 감동이었어.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환호성을 질렀지. 파리에 대한 수많은 클리셰들이 왜 생겨났는지, 직접 경험하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됐어.
물론 낭만만 있었던 건 아니야. 파리 지하철은 생각보다 낡고 지저분했고, 소매치기가 많다는 말에 가방을 꼭 끌어안고 다녀야 했지. 하지만 아침에 동네 빵집에서 사 먹은 따끈한 크루아상 하나, 노천카페에 앉아 마신 에스프레소 한 잔이 그런 불편함들을 모두 잊게 해줬어. 그게 바로 파리의 매력인 것 같아.
9박 10일의 여정은 그렇게 끝이 났어.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지난 열흘을 되돌아봤어. 매일 다른 도시에서 눈을 뜨고, 하루에도 몇 번씩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는 강행군이었지. 분명 몸은 지치고 힘들었어. 하지만 내 눈과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득 차 있었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도서관에 앉아 있는 지금, 가끔 그때의 기억을 꺼내 봐. 콜로세움의 웅장함, 융프라우의 새하얀 눈, 반짝이던 에펠탑.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지루한 일상을 버텨낼 힘을 얻는 것 같아. 누군가 나에게 이 패키지 여행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거야. 시간이 없고, 유럽이 처음이고, 강철 체력을 가졌다면 무조건 가라고. 짧은 시간 안에 서유럽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이야. 물론 돌아와서 며칠은 앓아누울 각오를 해야겠지만.
💡 여행 팁 정리
- 패키지 선택: 시간 없고 첫 유럽이면 고민할 필요 없어. 핵심만 쏙쏙 뽑아놓은 서유럽 3국 패키지가 정답. 자유여행으로 이 동선? 절대 불가능해.
- 신발의 중요성: 예쁜 신발 다 필요 없어. 무조건 가장 편한 운동화 두 켤레 챙겨. 하루 평균 2만 보는 기본이라고 생각해야 돼. 발에 파스 붙이는 건 일상이야.
- 스위스 물가 대비: 스위스에서는 뭘 사 먹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게 편해. 식사가 포함된 패키지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야. 마트에서 초콜릿 사는 정도가 최선.
- 소매치기 대처법: 가방은 무조건 크로스로 매고 몸 앞으로 오게 해. 특히 파리 지하철이나 사람 많은 관광지에선 정신 바짝 차려야 돼. 너무 쫄 필요는 없지만 경계는 필수.
- 체력 관리: 이동 시간이 기니까 버스에서 무조건 자야 해. 안 그러면 다음날 일정 소화 못 해. 목베개랑 안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품.
- 박물관 공략법: 루브르나 바티칸처럼 큰 곳은 다 보겠다는 욕심 버려. 가이드가 짚어주는 핵심 작품(모나리자, 비너스 등)만 제대로 봐도 성공한 거야.
- 필수 먹킷리스트: 다른 건 몰라도 이탈리아 1일 1젤라또, 나폴리 피자, 파리 1일 1크루아상은 꼭 해야 해. 여행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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